도스또예프스끼는 왜

도스또예프스끼는 왜

도스또예프스끼는 격렬한 사람이었다. 그의 작품도 그를 따라 격렬했다. 그의 작품 속에는 마구 분탕질한 작가의 영혼이 눅눅하게 남아있었다. 나는 어릴 적에 이런 생각을 했다. 왜 나는 이 정신 나간 작가를 이토록 좋아하는 걸까? 내 나이는 열아홉이었고, 내 지성은 형편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도스또예프스끼 전집을 모두 읽었으며, 다시 읽었으며, 또 읽었다. 죄와 벌은 여섯 군데 출판사에서 나온 여섯 개의 판본을 모았고, 또 읽었다. 그렇게 읽어도 아무리 읽어도 나는 그의 작품 속에서 지껄이는 말들을 모두 이해할 수도 따라갈 수도 없었다. 나는 어렸으며, 뛰어난 두뇌의 소유자도 아니었으며, 성실한 학생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그의 작품 속에서 그의 영혼을 반복해서 맛보는 게 좋았다. 아니 핥았고, 빨았다. 그것은 일종의 중독 상태와 같았다. 그의 격렬함에, 그의 미친 에너지에 나는 매혹된 것이다. 왜냐하면 그 당시의 내가 그렇게 격렬했고, 그렇게 미쳐 있었기 때문이다. 단지 그 뿐이었던 거 같다. 물론 그 당시의 나는 내가 아니다. 지난 나를 내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십대 후반의 신경질적인 소년에게는 또 다른 지성의 충동이 있었을 지도 모른다. 강렬한 허영이 있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럼에도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나는 미치광이처럼 굴었고,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내 자신에게 폭력적이었고, 그런 내 자신을 통제할 수 없었기 때문에 도스또예프스끼에 빠졌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가 제정신이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건 사실이었다. 지금도 기억나는 그의 일화 중 가장 재미있는 건 이거다.

어느 해에 도스또예프스끼는 러시아를 빠져나갔다. 그 이유는 빚 때문이라고도 했던 거 같기도 하고, 혹은 개인적인 감정 때문이라고도 한 거 같다. 잘 기억나지는 않는다. 어쨌든 그는 어린 아내(그리고 그의 비서였던)와 함께 유럽에 체류하게 된다. 그는 여행을 표방했지만 여행은 아주 더디게 지나갔으며, 그의 초조함은 하루하루 고조됐다. 그 여행을 언제 끝나야 하는 건지 그도 몰랐다. 그런 초조함 속에서 그의 삶을 좀 먹는 몇 가지가 구체화됐다.

하나, 이 천재 소설가는 언제 어느 때든 중독되는 걸 좋아했는데, 그의 삶에서 가장 치명적인 중독이라고 할 수 있는 도박 중독은 우선 말해야 할 것이다.

, 그는 십대 소년과도 같은 격렬함을 유지하고 있었는데, 그것은 언제나 희고 번들거리는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격렬함을 쏟아 부을 대상을 찾고 있었다.

, 그는 격렬하고 중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편향된 망상, 쉽게 말해 피해망상적 사고에 쉽게 빠졌다.

, 이 격렬한 소설가는 언제나 뛰어난 두뇌를 가졌으며, 이것은 또한 언제나 뛰어난 편협함과 망상을 위해 작동을 했다.

그러니까 도스또예프스끼는 도박에 빠졌다. 아주 흠뻑 빠져버렸다. 그는 도박에 쏟아 부을 돈을 위해 자신의 원고료를 미리 받기도 하고, 잡문을 쉬지 않고 러시아와 유럽의 각종 잡지와 출판사에 마구 보냈다. 그것도 모자라서 러시아 문단의 신사, 우아하고 자상한 성품의 소유자인 뚜르게네프에게 돈을 꿨다.

뚜르게네프, 그는 사랑하는 여인을 따라 유럽으로 건너온 로맨티스트였다. 그는 결국 그 여인을 따라 유럽을 돌아다녔으며, 결국 그렇게 죽었다.

돈을 꾸고, 미리 당겨쓰고 해도, 결국 도스또예프스끼는 모든 돈을 다 잃었다. 아주 빠른 속도로 잃었다. 왜냐하면 그는 편협하고 격렬한 남자였기 때문이다. 그러면 그는 뻔뻔한 얼굴로 뚜르게네프를 다시 찾아갔다. 하지만 뚜르게네프, 이 러시아의 신사도 결국은 도스또예프스끼의 성급함에 응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뚜르게네프는 도스또예프스끼의 요청을 거절했다. 아마 몇 차례의 거절이었다고, 나는 읽은 거 같다.

아무튼 도스또예프스끼는 이에 앙심을 품게 됐다. 그날 이후로 이 러시아의 대문호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뚜르게네프를 비난하기 바빴다. 그것은 정치적으로, 종교적으로, 민족적으로, 혹은 국가적으로 여러 가지의 형태를 띠었다. 하지만 문학적으로도 뚜르게네프를 비난했는지, 나는 기억나지 않는다. 어쨌든 이에 뚜르게네프 역시 도스또예프스끼에게서 마음을 거두게 됐다.

반면 도스또예프스끼는 더더욱 많은 글을 써서 출판사에 보냈다. 하지만 그때마다 그에게 송금되는 돈은 그의 기대를 밑돌았다. 그는 알고 있었다. 똘스또이가 자기보다 얼마나 더 받는지. 그 지주 똘스또이 말이다. 그가 똘스또이만큼 받을 수만 있었다면, 사이좋았던 뚜르게네프와 싸우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렇게 외국에서도 쉬지 않고 잡문이나 쓰지도 않았을 것이다. 아내와도 소원해지지 않았을 것이다. 자신의 편집자와도 상소리를 주고받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출판사에 보내는 원고에 몇 번이나 빌어먹을 똘스또이보다 높은 원고료를 주지 않으면 나머지 원고는 보내지 않겠소.”라는 말을 썼다가 지웠다.

그리고, 수순처럼 그는 똘스또이를 미워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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