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 남자의 질투

질투는 여자의 전유물처럼 여기지는 시대가 있었다. 조선시대 여인들의 암투를 그린 드라마나 영화에서 질투는 자신의 지위를 지키기 위한 당연한 수순처럼 여겨졌다. 실제로 역사 속에 등장하는 많은 여인들은 자신의 지위를 넘보는 수많은 여인들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투쟁의 역사를 만들어왔다. 왕의 사랑을 독차지하기 위한 암중모색은 단지 여인의 질투심 때문에 기인한 것이 아니다. 과거의 역사는 남자들의 역사로 기록되어 있다. 그들의 그늘 아래 살아가야 했기에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여자는 여자를 견제하여야 했다. 견제의 결과적 단어가 바로 질투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그 질투라는 단어 속에는 복잡한 심리적, 사회적 기제가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여자의 질투보다 무서운 것이 남자의 질투다. 여자의 질투가 애달픈 면이 있다면 남자의 질투는 파괴적 면이 있다. 역사 속에 등장하는 남자들의 질투는 종종 자신의 운명뿐만이 아니라 국가의 운명까지도 부숴버린다.

 

 

마케도니아의 왕이자, 그리스, 페르시아, 인도에 이르는 대제국을 건설하여 그리스 문화와 오리엔트 문화를 융합시켜 헬레니즘 문화를 이룩한 알렉산드로스 대왕. 그는 자신의 부하에 대한 질투심이 몹시 강했다. 전술에 뛰어나다는 이유로 페르디카스를 질투했고, 통술에 재능이 있다며 류시마코스를 질투했다. 마오쩌둥은 류사오치를 스탈린은 투하체프시키를 질투했다. 그리고 히틀러는 천재적인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을 질투했다. 두 사람은 18894월생으로 오스트리아 린츠의 국립실업학교 레알슐레의 남학생 기숙사에서 생활했다. 히틀러는 저서 <나의 투쟁>에서 자신이 지독하게 유대인을 혐오하게 된 원인에 대해 어린 시절 만난 유대인 학생을 언급했는데, 그 유대인 학생이 바로 비트겐슈타인이다.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난 비트겐슈타인은 부유한 유태인 가정에서 자랐다. 철제를 생산하는 사업을 하는 그의 아버지는 오스트리아 유태인 공업 대표였다. 반면 히틀러의 아버지는 나중에 작은 관리가 되었지만 원래는 글도 모르는 농부였고, 어머니는 아버지의 하녀였다. 히틀러는 자신의 출생에 열등감을 느꼈고 부유한 유태인 가정을 심하게 질투했다. 히틀러는 비트겐슈타인이 가진 부유한 가정환경과 그의 재능을 시기했고 이러한 감정이 모든 유태인들에 대한 증오로 발전하게 되었다. 이리하여 중학교 시절, 히틀러는 급진적인 반유대주의자가 되었다.

자신의 운명뿐만이 아니라 한 나라의 운명까지도 바꾼 남자들의 질투가 비단 외국의 사례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신돈에 대한 공민왕의 질투, 이순신에 대한 원균의 질투, 정약용에 대한 서용보의 질투, 소현세자에 대한 인조의 질투까지... 남자의 질투는 가히 무시무시하다.

 

 


마지막까지 건드려서는 안 되는 것은 남자의 자존심이라는 말이 있는 것은 질투가 바로 남자의 자존심과 같은 연장선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자존심질투때문에 프랑스의 베르사유 궁전이 탄생한 것을 알고 있는가? 프랑스 왕권이 최고조였던 시절 태양왕 루이 14세는 재무대신 푸케의 집에 초대된다. 그 집의 이름이 보르비콩트 성이다. 왕을 맞이하는 융단처럼 깔린 잔디, 조각상, 분수, 정원 내 운하에 떠 있는 배에서 연주되는 음악, 불꽃놀이... 이런 융숭한 대접에 루이 14세는 감동을 받기는커녕 자존심이 상한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루이 14세는 왕실 재산 횡령죄로 푸케에게 종신형을 내리고 철가면을 씌워 평생 자신의 얼굴을 볼 수 없게 한다. 보르비콩트 성은 국고로 몰수 되었고, 그곳을 지은 세 명의 예술가들을 데려온 루이 14세는 보르비콩트의 화려함을 훨씬 능가하는 궁을 짓게 하는데, 그것이 바로 베르사유다. 하지만 이 베르사유를 지을 때 많은 사람들이 죽었고, 이 궁전에서 벌어진 왕족과 귀족들의 사치스런 행동이 훗날 프랑스 혁명을 일으킨 원인이 되었다. 만약 루이 14세가 푸케의 보르비콩트 성을 질투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우리가 기억하는 세계사는 어쩌면 남자들의 물불 안 가리는 질투의 역사일지도 모른다.

 

참고서적

: <질투의 세계사>, 야마우치 마사유키, 이너북

: <비트겐슈타인과 히틀러>, 킴벌리 코니시, 그린비 출판사

: <세계 역사, 숨겨진 비밀을 밝히다>, 장장련·장영진, 눈과 마음

: <파리, 에스파스>, 김면, 허밍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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