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심리학으로 본 오셀로의 질투

진화심리학(Evolutionary psychology)은 동물의 심리를 진화론적 관점에서 이해한다. 진화심리학은 신경계를 가지고 있는 동물에는 모두 적용할 수 있지만, 주로 인간의 심리를 연구한다. 인간의 마음이 진화적으로, 다시 말해 자연 선택과 성() 선택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관점을 바탕으로 인간의 심리 기제들이 어떠한 근원을 가지는지를 연구한다. 인간의 마음에 대해 그야말로 근원의 규명을 추구하는 지극히 생물학적인 연구 분야이기 때문에 많은 논란을 야기하며, 심리학이라는 학문이 방법론적으로 자연과학에 비해 탄탄한 기반을 갖지 못한다는 점에서 많은 보완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비판이 존재하지만 현재 연구 중인 새로운 학문 분야이기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아야 한다. 결론적으로 말해 진화심리학은 인간의 있는 그대로의 본성을 도출해 가는 학문이다. 그것은 인간 행동의 근원을 찾아가는 탐험과도 같다. 가령, 한 남자기 사랑하는 여인을 목 졸라 살해한 배경에는 어떤 타당한 이유가 있을까? 이런 것 말이다.


질투하는 남자의 대명사 오셀로는 현실의 인물이 아니다. 그는 셰익스피어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만들어진 인물이다. 하지만 그는 마치 살아있는 인물처럼 우리에게 받아들여지는데 그러한 이유는 그의 행동이 지극히 인간적이며 납득이 되기 때문이다. 그럼 먼저 셰익스피어의 오셀로의 내용을 살펴보자.

 

오셀로는 베네치아에 위치한 군부대의 사령관이다. 그에게는 젊고 아름다운 부인이 있다.그녀의 이름은 데스데모나. 오셀로와 데스데모나는 갓 결혼한 상태다. 오셀로에게는 이아고라는 부관과 새로 임명된 카시오라는 부관이 있었는데, 이아고는 오셀로에게 데스데모나와 카시오가 부적절한 관계일거라고 속삭인다. 오셀로는 이아고의 말을 믿고 데스데모나를 의심하기 시작하고, 결국 질투로 거의 미치다시피 한 상태에서 데스데모나를 죽이고 자살해 버린다. .

 

, 그렇다면 이제 생각해 보자. 오셀로는 왜 데스데모나를 의심한 것일까? 아니, 왜 의심하기 시작한 것일까? 무엇이 그를 질투에 눈이 먼 남자로 만든 것일까? 우리의 테마가 진화심리학이니, 그것의 분석대로 오셀로의 근원적 심리상태를 살펴보도록 한다.

 

오셀로는 정자를 가진 남자이다. ‘정자란 무엇인가? 그것은 여자와 남자를 가장 강력하게 구분할 수 있는 물질이다. 일반적으로 정자는 한 번에 수많은 정자를 배출한다. 한 번에 하나의 난자만을 배출할 수 있는 암컷과 비교하여 수적으로 월등하다. 따라서 암컷의 경우에는 번식 가능성이 필연적으로 제한될 수밖에 없다. 암컷이 임신이 되었을 때는 다른 수컷과 성관계를 더 갖더라도 자녀의 수를 늘릴 수 없다. 그렇다면 수컷은 어떠한가? 그가 다른 여성과 성관계를 갖는다면 더 많은 후손이 생길 가능성이 생긴다. , 생물학적인 목적으로 생각할 때, 동물들은 자신의 종을 번식하고 유지하기를 원한다. 따라서 수컷은 다수의 성 상대를 찾으려는 경향이 크다. 따라서 수컷끼리는 암컷에 대한 성적 경쟁심이 그리고 자신의 암컷에게는 성적 질투심을 느끼는 경향이 있다. 전자는 수컷끼리의 갈등이며 후자는 암컷과의 갈등이다. 전자는 나보다 월등한 성적 가능성을 가진 수컷에 대한 질투이며, 후자는 나 이외의 누군가와 관계를 맺지 않을까에 대한 암컷에 대한 의심이다. 그리고 이러한 심리적 배경에는 수컷이 가진 성적 매력의 정도가 깊이 관계한다. 다시 오셀로에게로 돌아가 그가 가진 매력 포인트를 점검해 보자. 그는 부와 권력이 있는 남자다. 그것이 그가 젊고 아름다운 데스데모나를 아내로 맞이할 수 있는 이유다. (그의 사랑이나 정열은 잠시 접어 두자.) 그렇다면 이제 오셀로의 위크 포인트를 살펴보자. 오셀로는 데스데모나보다 훨씬 나이가 많다. 나이로만 따진다면 이미 중년에 접어든 오셀로에게 데스데모나는 언감생심이다. 그렇다면 이제 오셀로의 분노 대상인 카시오를 볼까? 그가 가진 매력은 단 하나다. 젊다. 오로지 그것뿐이다. 그러나 오셀로는 카시오가 가진 젊음에 위기를 느낀다. 그의 젊음으로 인해 자신이 성적으로 밀려나는 신세가 될까봐 불안하다. 그러한 불안이 카시오와 데스데모나의 관계에 대한 상상력을 불러일으키고 그것은 보이지 않는 진실이 되어 오셀로를 옭아맨다. 오셀로의 늙은 정자가 카시오의 젊은 정자에게 밀려 데스데모나를 빼앗겼다는 거짓된 환상. 이러한 처지의 오셀로가 한심해 보이는가? 하지만 문학사를 살펴보면 오셀로와 같은 처지의 인물들이 한 둘 아님을 간파할 수 있다. 아서 왕의 이야기를 볼까? 그는 왕이지만 자기 아내인 기비니어를 놓고 랜슬롯 경과 싸워서 패했다.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이야기는 어떤가? 마크왕의 신붓감인 이졸데는 젊고 용감한 트리스탄과 사랑에 빠진다. 트로이 전쟁의 원인 제공자 헬레네의 이야기는 어떠한가? 그녀는 왕의 신분이지만 자신보다 훨씬 나이가 많은 메넬라오스를 버리고 더 젊은 파리스에게 마음을 빼앗긴다. 에우리피데스의 비극 <히폴리투스>에서는 나이 많은 왕 테세우스의 아내 파에드라가 의붓아들인 히폴리투스에게 색정적으로 탐닉한다. 이를 두고 볼 때 오셀로의 질투는 단지 그가 가진 유별난 성질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꾸준히 지속되면서도 보편적인 인간의 성질에 기인한다. 아니면 정자의 성질에 기인한다고 말 할 수도 있을까?

 

조지 버나드 쇼는 셰익스피어의 <오셀로>에 대해 즉결 재판소에나 어울릴 법한 윤리관과, 진부하기 짝이 없는 사고방식을 지니고 있다고 폄하했다. 하지만 그의 진부하기 짝이 없는이라는 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진부하기 짝이 없는 수컷의 성적 질투심이야 말로 흔하디 흔한 사실 아닌가? 수컷과 수컷의 성적 경쟁, 그것의 패배자였던 오셀로. 그래서 일까. 우리 시대의 수많은 오셀로 들을 위해서 과거에는 코드피스(15-16세기에 유행했던 옷 장식으로 남성 바지의 앞부분, 그러니까 음경 부분을 불룩 튀어나오게 한 것이 특징)를 현대에는 남성의 몸매 교정을 위한 바디뷰나, 갑바를 만들어 주는 남성 전용 브라가 탄생한 것일 지도.

 

참고서적

: <보바리의 남자, 오셀로의 여자>, 데이비드 바래시, 나넬 바래시, 박중서 옮김, 사이언스 북스




'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족을 부르짖는 당신에게  (0) 2015.05.31
가족은 어떻게 성장 하는가  (0) 2015.05.31
진화심리학으로 본 오셀로의 질투  (0) 2014.08.18
역사 속 남자의 질투  (0) 2014.08.18
도스또예프스끼는 왜  (0) 2014.08.13
너무나 인각적인, 여자의 질투  (1) 2014.08.11
Trackback 0 Comment 0
prev n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