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을 부르짖는 당신에게

가족은 대체 무엇인가. 사회를 구성하는 가장 기본 단위이인 동시에 인간이 겪는 가장 처음의 사회이다. 더불어 모든 갈등의 시초이기도 하다. 이렇듯 인간의 삶에 있어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기관인만큼 가족은-긍정적으로나 부정적으로- 수없이 많은 예술작품의 모티브가 되어주었다. 안정적이고 건강한 가족에 대한 환상과 믿음을 담은 작품들이 횡횡했던 시대를 지나 현대에는 영화나 소설 등 서사 장르에서도 반 가족 서사들이 끊임없이 등장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가족에 대한 신화적 믿음이 한국 사회에 횡횡한 게 현실이다. 여기 가족이라는 제도의 연약함에 대해 정면으로 칼을 들이대고 있는 젊은 소설이 있다.  최진영의 소설집 『팽이』에 담겨 있는 <남편>이다. 





진실이라는 것은 참 어려운 주제이다. 사실과 진실 사이의 경계가 모호할 뿐만 아니라, 그것을 충실히 복원한다고 해서 진실이 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한 가지 사건을 두고 수천 수백만 가지의 해석이 있기 마련인데 소설가들은 단순히 한 문장으로 정의내릴 수 없는, 수천 수백만 갈래의 사이에 놓인 그 어느 지점을 포착해 그것을 서사로 풀어가는 존재라고, 나는 믿는다. 

 최진영의 <남편>은 그야말로 가족이라는 제도의 폭력성을 전면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소설의 화자는 미성년자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남편을 두고 있는 여성이다. 작품 속의 그녀는 두 가지 과업을 가지고 있는데 남편이 저지른 일, 즉 성폭행 범죄의 팩트를 파악하는 일과, 남편과 엮인 그녀의 삶을 비난 혹은 측은하게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자신과 남편의 관계, 자신의 위치에 대해서 제대로 설명하는 일이다. 가족이라는 구획 속에 오직 두 명의 구성원뿐인 상황에서 그녀는 자신이 저지르지 않은 범죄에 대해서 자신이 해명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그녀가 진실을 규명하는 과정은 사실상 매우 위태로운데, 실은 그녀의 마음속에도 남편이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다는 확신이 없을 뿐만 아니라, 사실 꽤나 높은 확률로 남편이 저지른 일이라는 정황이 포착되기 때문이다. 다만 그녀는 타인들이 자신을 바라보는 부정적인 시선을 거두기 위해서, 혹은 자신이 진실이라고 믿는 삶의 모습, 가족이라는 형태를 관철하기 위해서 계속해서 자신만의 진실을 써간다. 이는 어찌 보면 소설가가 소설을 규정하는, 소설을 써내려가는 방식과도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초반부에 그녀와 남편이 도미노를 쌓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쓰러뜨리기엔 좀 먼 간격의’ 도미노를 완성하는 남편과 화자, 그리고 내려다봐야 비로소 그 아름다움을 볼 수 있지만, 아무도 내려다볼 수 없는 도미노. 이는 가족이라는 관계의 진실을 표상하는 상징물일지도 모른다. 문학적인 상징과 장치가 풍부함에도 불구하고 추리 소설의 기법을 동원해 가독성을 높여 누구라도 쉽게 읽을 수 있는 장점이 있는 소설이다.

가족이라는 제도에 의해 단 한번이라도 애환을 겪은 적이 있는 자에게 진지한 성찰을 하게 해주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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