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의 가족

  한 소년이 있다. 아이는 영리하고, 성실하며, 귀여운 웃음을 가졌다. 그리고 한 소녀를 죽게 한다. 2011년에 개봉한 나카시마 테츠야의 영화 ‘고백’의 주인공 슈야의 이야기다. 미나토 가나에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 이 영화는 죽은 소녀의 어머니 ‘모리구치 유코’의 복수담이다. 인물들의 관점이 바뀌면서 전개되었던 원작소설과 마찬가지로, 영화 역시 인물들 각자의 목소리를 빌려 ‘복수’가 어떻게 완성되었는지 보여준다. 피해자가 가해자에 대한 묘한 동정심을 갖거나, 윤리의식에 사로잡혀 애매한 갈등을 빠지는 다른 복수극의 마음여린 주인공과 달리 모리구치 유코는 철저하게 본인의 복수에 몰입한다. 영화의 전부라고 할 수 있는 첫 30분 동안 그녀는 자신의 복수와 그 대상 그리고 이유까지 모두 선언하는데, 그 동기와 방법이 너무나 명확하고 냉정해서 그간 잊고 있던 복수의 카타르시스를 일깨워줄 정도다. 





  복수의 원칙은 덧셈과 뺄셈이다. 내가 당한 것을 그만큼 갚고, 다시 되돌려 주는 것. 모리구치 유코는 딸의 죽음을 슈야에게 되돌려주기 위해 같은 무게의 약점을 찾는다. 여기서 관객은 슈야의 사적인 이유를 알게 된다. 그것은 슈야와 어머니의 관계인데, 모두가 짐작가능 한 수준의 외로움과 애정결핍에 기반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영화가 슈야의 고독을 다루는 태도이다. 슈야는 자신이 가족으로부터 버림받았거나 혹은 스스로 외면하고 있는 현실을 고통스럽게 여기고 있는데, 그를 비치는 카메라는 그 감정에 큰 동정심을 발휘하지 않는다. 모리구치 유코의 커다란 웃음소리로 표현되듯 ‘겨우 그까짓 것’ 이라고 냉소적으로 다루는 것 같다. 기존의 가해자들이 갖고 있던 가족에 대한 트라우마는 인물의 내면에 깊은 상처를 주는 본질적인 고민이었다. 그러나 이 영화는 가족과 상처라는 것이 이제 얼마나 클리셰가 되어버렸는지를 똑바로 직시하고 있다. 

 가족이란 무엇인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나’라는 존재가 소속감을 갖는 대상이다. 신체의 일부처럼 존재하게 되는 완연한 공동체. 그러나 이 정의가 사회적으로 강요된 의미라는 것을 모르는 이는 이제 거의 없을 것이다. 애초에 타인들의 결합이 완연할 수 없는 것이며, 그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를 교육시키는 것 역시 완벽할 수 없다.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은 가능할 수 있으나 그것 역시 본인의 지식과 품성 안에서 행해질 뿐이다. 보여 지는 것이 중요한 이 사회에서 가족은 전투력을 공유한 소집단에 가까워 보인다. 그리고 그 소집단의 성격과 방향 역시 각기 다르게 형성된다. 즉, 가족이야말로 개별성이 부딪히는 공간이며 아이는 그 사이에서 발생하는 충동과 갈등을 처음으로 겪는다. 이것은 사회화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고백의 주인공들처럼 살의로 이어지는 강렬한 감정이기도 할 것이다. 슈야는 어리석음 혹은 아둔함 같은 단어로 표현하고 있지만, 그의 어머니가 가족과 갈등을 일으킨 것은 그녀의 개별성이 가족 안에서 겉돌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욕망과 사회화의 방향이 틀어졌을 때 폭력이 발생한다는 것을 그녀를 몸으로 체험했고, 결국 그 고리를 끊기 위해 가족을 떠난다. 문제는 그 고리가 끊어지지 않고 슈야에게 이어졌다는 것이다. 이는 마치 정신병적 문제의 원인이 본인에게 있다는 일반적 정의를 냉소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슈야의 병적인 인정욕구와 이해할 수 없는 살의는 주변의 눈길과 함께 자라난 것이다.  영화의 처음에서 동물 죽이기를 좋아하는 사이코 패스처럼 묘사된다. 마치 슈야 본인에게 모든 문제가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영화 진행 내내 그의 주변이 꼼꼼하게 묘사되면서 슈야라는 존재가 가족 안에서 움튼 씨앗이라는 걸 보여준다. 작은 클리셰들을 조금씩 뒤집으며 슈아, 모리구치 유코, 그들의 가족에게 접근하는 이 영화는 가장 끔찍한 분노와 원망이 결국 가족이라는 한 덩어리에 묶여 있음을 보여준다. 물론 이 영화의 목표는 그 깊은 내면을 들여다보는 데 있지 않다. 중요한 것은 복수이며, 결국에는 그 화살이 출발지점인 가족에게로 돌아가 카타르시스를 증폭시키는 것이다. 우아하게 폭발하는 복수의 폭탄은 모든 것을 날려버린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지금의 눈물 그리고 모든 것이 싹트기 시작한 순간의 외로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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